이호국 초대 개인전 '선을 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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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각]
여름을 재촉하는 비로 푸른길의 초록은 더욱 선명해 보였다.
빨간색이 인상적인 대문에 자전거가 그려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동화나라가 펼쳐질 것만 같은 아담한 화실.
주택을 개조한 화실은 한옥의 고즈넉함과 그의 손때가 묻은 긴 창문 너머로 초록의 생명력이 한눈에 들어 왔다. 벽에 걸린 그림에선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자연을 벗삼아 말뚝박기 놀이를 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지난 4일부터 5월31일까지 ‘선을 그으며’ 개인전 통해 작품 30여점을 선보이는 중견작가 이호국(55·서양화·평면회화)을 만났다.
이 작가는 자신을 ‘강진 촌놈’이라 소개했다. 학원은 꿈도 못꿔봤으나 어려서부터 꿈이 화가였고, 그림만 그리면 아무 생각 없이 너무나 행복했다 한다.
‘나만의 색채를 가지고 나만의 그림을 그리자.’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몰두하는 것 보다 어떻게 그릴까에 몰두합니다. 나만의 형태는 무엇이고 내가 추구하는 색이 무엇인가. 그러다보니 거의 30년간 선(線)에서 조형을 찾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 작가는 초창기 작품활동 시기엔 경제적으로 힘들고 시대적으로 암울했던 때라 밝은 색보다 어두운색을 주로 사용했다 한다. 인물 위주의 그림과 자화상을 통해 사회에 대한 불만,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절망감 등을 자신의 몸과 눈빛을 통해 표현했다. 그 당시를 그는 ‘자신의 청색시대’라 말했다.
‘내가 내 자신을 너무 옥죄였구나.’
자연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는 그림이 자신을 변화시켰다고 생각 한다.
현재 이 작가는 자신의 색을 초록이라 규정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시 한 귀절을 읖조리던 그는 “젊었을 때는 자연을 눈으로만 바라봤는데 그리 아름다운지 몰랐다. 나이가 들어가니 마음으로 보게되더라, 앞만 보고 가다 이젠 뒤도 돌아보게 되더라”며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창작의 고통이 가장 크다고 토로 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노력하려 한다. 선(線)의 조형을 끌고 가면서 형태적인 것이나 색채에 변화를 주면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것이 그를 붓과 함께 선(線)위에 머물게 하는 채찍이다.
김이천 미술평론가는 “이 작가의 선은 전통적인 형태의 윤곽이 아닌 형태의 토대나 화면의 마티에르(질감) 표현을 위해 쓰인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또한 그의 선은 기하학적 추상을 이루면서 그 자체로도 회화적이지만, 그보다 가족애라는 인간의 근원적 사랑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쓰였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말한다.
이 작가는 작업 노트를 통해 “자연의 평범함 속에서 위대함을 본다. 녹색이 주는 평온과 안락함은 어느 무엇과도 대신 할 수 없는 것 같다. 선(線)은 나의 조형언어이며 아이들과 나무는 행복을 전해주는 매개체이다”고 말한다.
그는 몇 년전 동구 푸른길에 둥지를 틀었다. 산책로를 두 아들과 함께 거닐며 자연을 마음에 품고 산다. 거실에선 무등산 봉우리를 바라보며 매일 자전거로 그만의 아지트 ‘호 갤러리’로 향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초록의 생명력과 따뜻함, 사랑이 느껴진다.
이젠 화가 이호국을 생각하면 ‘나무, 아이들, 초록, 자연 그리고 선(線)’이 떠오른다.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맘을 이 작가의 작은 정원 속에서 달래보는 건 어떨까 싶다.
한승희 기자 news@okms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