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생명이라는 말은, 유사라는 접두어가 붙음으로써 원형의 개념과는 다른 간극을 가진다는 명제에 기초하여 간극을 통해 바라보고자 하는 생명의 또 다른 형태를 개념화하기 위한 임의적 결합어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세 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전달하는데, 공통적으로 모두가 초극의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초극(超克)은 사전적으로 ‘어려움 따위를 넘어 극복해 냄’을 뜻한다. 작품 속의 유사생명체들은 작가로부터 파생되었지만 작가 본인과 동일시되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나 각자의 방식대로 ‘초극’하고 있다.
이 유사생명체들은 결코 우리 내면의 그것과 다르지 않지만, 조금 더 과장되거나 혹은 절제된 어느 순간의 모습을 확대시킨 작가의 페르소나로 등장한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임의적으로 결합된 ‘유사생명’이라는 말처럼 임의적으로 모인 세 작가의 교집합 안에서 움직이는 페르소나의 에너지를 느껴보길 바라며, 세 명의 작가가 본래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 안에서 해석될 수 있는 초극을 관찰하고자 함과 동시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유사생명에 관하여 사유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